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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 공부 ] 신흥시장국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 3

by ♫꒰・◡・๑꒱ 202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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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 공부 ] 신흥시장국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 3

 

 

  은행 대차대조표의 악화로 촉발되는 외환위기

  은행과 여타 금융기관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몇 개 안 된다. 이자율을 높임으로써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면 자본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자율을 높이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자금 조달비용의 상승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면 은행의 지급불능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 시스템이 곤경에 처했을 때 정부와 중앙은행은 진퇴양난이다. 이자율을 크게 올리면 체질이 허약한 은행들이 망하고 경제가 더욱 약화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외환시장의 투기자들은 금융 부문이 처한 곤경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이자율을 올려 통화가치를 방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서 정부가 곧 포기하고 통화가치의 절하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 통화가치는 결국 한 방향, 즉 하락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의 확실한 내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투기자들은 앞으로 그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화를 내다 파는 무자비한 공격에 가담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통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외환을 매도하고 자국 통화를 매입할 수밖에 없으므로 외환 보유고는 급속히 소진된다. 중앙은행이 외환 보유고를 다 써버리고 나면 순환 과정은 끝난다. 더 이상 외환시장에 개입할 재원이 없기 때문에 통화가치가 급속히 하락한다. 즉 정부는 자국 통화가치의 절하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각한 재정 불균형으로 촉발되는 외환위기

심각한 재정 불균형이 은행 대차대조표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배웠기에 바로 앞의 논의에 따라 재정 불균형이 간접적으로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재정 불균형은 또한 직접적으로 외환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통제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외국 및 국내 투자자들은 정부가 채무를 상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되고, 이에 따라 돈을 빼내려고 그 국가의 통화를 매도할 것이다. 따라서 재정 상태가 통제불능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통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이 발생해 결국에는 통화가치의 붕괴로 마무리된다.

 

 

 

   전면적 금융위기

  대개 자국 통화로 표시된 부채를 지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신흥시장국의 경우에는 많은 채무계약을 외국통화(보통 달러)로 표시하고 있어 소위 통화불일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때 이들 신흥시장국에서 자국 통화(예를 들면 페소)의 가치가 예상치 않게 하락하면 자국 통화로 환산한 기업의 채무 부담이 증가한다. 즉 달러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페소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기업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는 자국 통화로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페소 단위로 평가한 기업의 자산은 증가하지 않지만 부채는 증가한다. 이렇게 자국 통화가치의 절하는 상대적으로 자산에 비해 부채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기업의 순자산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순자산의 감소는 역선택과 도덕적 위험의 문제를 증가시키고 투자와 경제활동의 위축을 초래한다.

 이제 신흥시장국에서 어떻게 채무시장의 제도적 구조가 토오하가치 하락과 결부되어 그 국가의 경제를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몰아가는지 알아보자.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귀결되는 외환위기는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역선택과 도덕적 위험의 문제를 급속히 증가시킨다. 경제학자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동시적인 발생을 '쌍둥이 위기'라 부른다.

  또한 통화가치의 붕괴는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선진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신흥시장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도모하려는 인플레이션 투사로서의 신뢰도가 매우 약한 편이다. 따라서 외환위기로 인한 급격한 통화가치의 하락은 즉각적으로 수입품의 가격 상승 압력을 초래한다. 이에 실제로 발생한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국내 이자율이 상승한다. 그 결과 이자지급액이 증가해 기업의 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기업이 투자자금의 조달을 위한 외부자금 의존도를 높임에 따라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심화시킨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역선택과 도덕적 위험 문제의 증대는 투자와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경제활동의 붕괴와 현금흐름의 악화 및 기업과 가계의 대차대조표 악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면서 은행의 손실이 심각해진다. 또한 이자율의 상승도 은행의 수익성 및 대차대조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은해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외화 부채의 부담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양면에서 압박을 받는다. 즉 은행의 자산가치는 하락하고 부채가치는 상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종 은행시스템은 미국 대공황 시기에 일어났던 것처럼 많은 은행이 도산하는 은행위기를 겪는다. 은행위기와 신용시장에서의 요인들로 인해 역선택과 도덕적 위험의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이런 위기의 여파로 대출과 경제활동의 붕괴가 확산된다.

  이제 위의 분석을 이용해 최근 신흥시장국을 강타한 금융위기 가운데 2개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1997~1998년에 한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를 검토한다. 이는 금융자유화 및 금융 글로벌화의 관리 실패로 인해 금융위기로 진전되는 첫 번째 경로를 설명한다. 그 다음에는 심각한 재정 불균형으로 인해 두 번째 경로를 통해 촉발된 2001~2002년의 아르헨티나 위기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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